2007년 9월 26일 수요일

조선녀자축구팀 4강진출못해

조선녀자축구팀이 9월 22일에 진행된 녀자월두컵경기대회 4강진출경기에서 도이칠란드팀에게 패하였다.
0:3 완패였다. 그러나 조선팀은 조별련맹전에서 미국팀과 2:2로 비기는등 좋은 경기성적을 보이였다.
이번경에서 비록 패하였지만 이것을 경험삼아 다음번 베이징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보이길 보란다.

2007년 9월 22일 토요일

주몽(1부 탈출)

2

대소왕자는 말없이 자기의 아우 대이를 쏘아보다가 얼굴에 비웃음을 한껏 담고 씹어뱉듯이 물었다.

《솔밭에 떨어진 바늘도 아닐텐데 어디가 숨었다는거냐?》

《글쎄, 형님이 직접 나선다면 어떨지…》

대이도 퉁투무레한 얼굴에 빈정대는 웃음을 담았다.

이때 반백의 소소리대사가 잔기침을 톺으며 두 왕자사이에 끼여들었다.

《대이왕자. 좀 차근차근 말씀해보시오이다. 범인이 어디쯤 해서 없어졌다는것이오이까?》

《군사들이 가섭벌너머까지 따라가보았지만 결국은 빈 말뿐이였다는거요.》

《그렇다면 도중에서 떨어졌다는건대, 가섭벌을 샅샅이 뒤지면 되지 않겠소이까?》

《어두울 때까지 찾아봤지만 헛탕이였소.》

세사람은 잠시 입을 다물고있었다.

《어쨌든 잡아야 한다. 그놈은 나라의 무서운 원쑤다.》 하고 대소왕자가 이마살을 찡그리며 말했다. 소소리대사는 약간 고개를 끄덕이였다.

대이는 입술을 반쯤 내밀며 무엇인가 생각해보더니 숨을 내쉬며 말했다.

《하다면 형님이 직접 시위군사들을 독촉해보구려. 나를 믿지 못하겠다는것 같은데…》

《뭐?》

대소가 눈길을 쳐들었다.

《아니, 대소왕자님, 노여움을 잦히시오이다. 대이왕자도 안타까와서 하시는 말씀 아니시오이까?

그렇지 않소이까? 대이왕자!》

《나도 애썼단 말이요. 소소리대사, 하지만 귀신이 곡할 노릇아니오? 도대체 하늘로 올랐는지 땅으로 잦았는지?》

대소는 아우가 하는 말을 귀등으로 들으며 코웃음만 쳤다.

대이도 입을 다물고 자기의 형을 곱지 않은 눈길로 쏘아보았다.

《하여튼 맏형님을 봐서 내가 다시 나가보겠소만…》

대이는 두툼한 자기의 코를 한번 쥐였다놓고 휙 돌아서 나갔다.

《못된 녀석.》

대소는 아우가 나간쪽을 보며 눈을 흘긴다.

일도 참 공교롭게 되였다. 서뿔리 자는 범의 코등을 다쳐놓았는가? 대소왕자는 발치아래를 내려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 사건은 3일전에 일어났다. 부왕마마가 동쪽 읍루쪽으로 순행나가신 기회에 궁녀 소미와 실컷 즐거운 나날을 보냈으나 그것도 하루이틀이였다.

따분하고 지루한 나날을 보내던차에 대소는 쥬신국(조선)에서 부왕마마를 뵙겠다고 손님이 왔다는 전갈에 귀가 번쩍 틔였다.

부왕마마가 없을 때 제가 나서서 외국손님을 만나고픈 유혹을 어쩔수 없었다. 대소가 흔쾌히 손님을 안내하라고 하니 궁신들이 서로 눈치를 보며 선뜻 대답을 못한다.

분부를 기다리던 소소리가 나섰다.

《왕자마마, 부왕마마께옵서 순행중이신데 손님이 왔으니 한번 만나는것도 좋겠소이다. 이런 때 왕자마마께서 직접 외국손님을 만나시여 부왕마마의 존엄을 떨치시면 부왕마마께서 얼마나 기뻐하시겠소이까?》

역시 소소리는 충신이다. 소소리는 신병으로 부왕마마의 순행에도 못 따라갈 정도였으나 왕자곁을 떠나지 않고 비위를 잘 맞추고있다.

대소는 소소리대사의 그 마음을 잘 안다.

부왕을 잘 받든 로신하로서 맏왕자인 자기에게 눈물겨우리만치 극진한 사람이다. 제 아들 해리를 대소 자기의 측근에 세워주고 대소 자기를 태자처럼 받들어모시도록 각근히 살펴주는 소소리인것이다. 비록 그것이 너무도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낯간지러운 처세라 하여도 대소로서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소소리대사를 따라 들어온 사람은 키가 크고 눈이 부리부리한 사람이였다.

이때껏 비단옷을 차려입거나 값진 가죽옷을 걸친 사람들을 나라의 사신으로 대해온 대소왕자는 그의 차림새에 저으기 당황하였다. 그 사람은 비단옷도 가죽옷도 입지 않고 또 멋진 귀걸이도 없이 그저 수수한 베천으로 만든 옷을 입고있었다. 그나마 포(긴 겉옷)는 덞어졌고 바지에는 흙탕물자욱도 남아있다.

대소왕자는 애써 지었던 틀을 풀었다. 위엄도 대상에 따라 돋구는것이다. 보매 이 사람은 별치 않은 사람 같았다.

대소왕자는 빙그레 웃음을 지었다.

《부왕마마를 만나시려고 하신다던데 지금 부왕마마께서는 동쪽으로 순행중이요.》

《일이 참 공교롭게 되였소이다.》

《하지만 어버이가 밖에 계신다고 하여 어찌 집이 비였다고 볼수 있겠소?》

《지당한 말씀이시오이다. 참으로 왕자께서는 국사와 례절에 밝으시오이다.》

《과찬의 말씀.》

대소는 흥그러운 웃음을 지으며 소소리의 얼굴을 곁눈질해보았다.

늙은 대신의 얼굴에도 기쁜 빛이 감돌았다.

대소왕자는 활기에 넘쳤다.

《쥬신(조선)국의 형편은 어떠하시오?》

관례상 물어본 말이였지만 대소는 속으로 아차 하는것을 느낀다.

상대방의 부리부리한 눈이 불현듯 어두워졌기때문이였다. 본능적으로 화제가 복잡한 문제를 야기시킬것 같은 위구감이 들었다. 외국손님과 유쾌한 담화와 이색적인 정취를 맛보려고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던 접견이 자기로서 감당할수 없는 결과를 빚어내지 않을가 하는 예감이 갈마들었다.
쥬신국의 손님은 침울해졌다.

잠시후에 그는 숙연히 고개를 들었다.

《왕자마마, 실은 부여의 국왕이신 금와임금께 아뢰자고 하던 말씀이오나 왕자마마께 감히 아뢰겠나이다.》

지금 서쪽 수천리 저쪽에서는 연나라오랑캐들이 단군선인의 옛성지인 쥬신국을 베먹고있다.

연나라는 소왕(B. C. 311-B. C. 279년)에 전성기를 맞이하여 B. C. 284년에 남쪽의 제나라를 쳐서 많은 지역을 차지하였다. 바로 이즈음에 연나라는 장수 진개를 보내여 방대한 무력으로 동쪽의 쥬신국을 침공하였다. 이 전쟁의 결과로 쥬신은 서쪽 2,000여리의 땅을 잃었다.

이것은 단군선인의 겨레에게는 누구에게나 치욕이다.

나는 바로 거기에서, 다시말해서 연나라와 쥬신국과의 전쟁에 참가하였다가 여기로 온 사람이다.

그러니 오랑캐들에게 맞서 용감히 싸우던 겨레들, 중과부적으로 2,000리 땅을 빼앗기고 불귀의 몸이 된 수많은 겨레의 죽음앞에, 더우기는 단군선인의 옛성지를 빼앗긴 그 치욕으로 하여 눈에서는 눈물이 아니라 피가 흘렀다.

하지만 치욕은 눈물이나 통탄만으로 지울수 없다. 어째서 단군선인의 옛성지의 나라, 우리 한겨레들이 쥬신국의 치욕을 강건너 불보듯 할수 있겠는가. 나는 이미 부여국의 금와임금께서 겨레의 통일과 화목에 관심이 있는 현명한 대왕임을 알기에 여기로 온것이다. 나라간의 외교관례보다 한겨레라는 피의 감정을 더 믿기에, 그리고 금와임금의 도량을 믿기에 쥬신국에 원군을 파견하여줄것을 간청하기 위해 여기로 왔다.

어버이의 치욕은 그 자식들에게도 치욕이다.

단군선인의 후손들인 쥬신이나 부여의 백성이라면 결국 외면할수 없을것이다. 나는 명성이 높은 부여의 금와왕은 물론 장자인 대소왕자도 나와 꼭같은 의분을 참을길 없을줄 안다. 민심이 천심인고로.

시각을 다투어 우리 한겨레가 하나로 뭉쳐 다시는 그런 치욕을 받지 말아야 한다.

그 사람의 눈은 충혈되여있었다. 그래서인지 그렁그렁 고인 눈물도 피눈물같았다.

대소왕자는 잠자코 있었다. 허나 속에서는 때아닌 찬바람이 일어났다.

이 사람은 무서운 세객이로구나. 나라들을 가림없이 돌며 제딴의 웅변으로 민심을 혹하게 하고 어떤 경우에는 국정까지 좌우지하는 그런 무서운 세객!

쥬신국과 연나라사이의 무서운 전쟁에서 살아남은 이 사람의 호소에는 함부로 밀어치울수 없는 무엇이 있지 않는가.

만일 부왕마마가 이 사람의 말을 들었더라면 어쩔번 하였는가, 부왕마마는 틀림없이 선뜻 원군을 파견하려고 했을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서쪽변방에서 일어나는 전란에 대해 근심하고있지 않았던가, 아직 쥬신국에 대해서 잘 모르는 나에게도 의분의 감정이 일어나거늘 부왕마마로서야 더 말해 무엇하랴.

그런데 이 사람의 말을 들으면서 불안해지는 까닭은 무엇인가.

이 사람의 말에 나는 겁을 먹고있는가?

전쟁이라는 말에 겁을 먹는다고? 아니다. 그런것은 아니다. 나도 당장 이 허리에 찬 검을 빼들고 오랑캐들을 치자고 호령하고싶다.

그런데 어째서?

가만 이 사람의 말에는 어딘가 맺히는데가 있다. 그게 무엇일가. 서쪽 쥬신국, 연나라오랑캐의 침략, 전쟁… 누군가가 이런 말을 이미 하지 않았던가? 누가 했던가? 누가?

대소왕자는 머리를 쥐여짜보았다.

그러나 언제 어디서 누가 그런 말을 했던지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다.

다만 분명한것은 언제인가 그런 말을 들었던적이 있다는것이다.

대소왕자는 풀리지 않는 실머리를 맥없이 놓아버렸다.

연나라오랑캐들이 쥬신국을 침략하였다. 그러니 부여가 원군을 보내달라? 원군을 보낸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열에 아홉은 임금의 장자인 내가, 이 대소가 그 원군을 거느리고 가게 될것이다. 부왕마마는 늘쌍 가르치지 않았던가. 태자가 되려면 사나이답게, 싸움을 치르어봐야 한다고.

그렇다, 쥬신국에 원군을 파견하면 내가 가게 될것이다. 그렇게 되면 나는 분명히 오추마를 타고 장검을 비껴들고 기치장검을 번뜩이며 나가게 될것이다. 얼마나 멋진 광경일가? 하지만 멋은 있으나 그 뒤맛은? 대소, 너는 경솔할수 있느냐? 서뿌른 감정에 혹해서 대업을 망칠수 있느냐? 임금의 왕통을 이을 대업을… 다시한번 숙고하자. 전쟁에 나가는것은 물론 좋은 일이다. 나는 기꺼이 나가고싶다. 나가서 대소의 위업을 천하에 떨치고싶다. 하지만 전쟁은 결코 놀음이 아니다. 지면 다시한번 해서 이길수 있는 놀음이 아니다. 전쟁은 무자비하다. 이긴자도 진자도 피를 흘리지 않을수 없다. 그렇게 되면 생사를 기약할수 없다. 생사를 기약할수 없다면 그것은 무서운 일이다. 나 하나 죽고 사는것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거룩한 임금의 왕위를 어찌할것인가. 아, 거룩한 왕위를 잇는 하늘의 뜻, 나만이 이을수 있는 왕위를 놓고 어찌 흥정이 있을수 있으랴. 나, 대소왕자가 전쟁에 나가게 되는것은 결단코 용허할수 없다. 그런 일에는 대이왕자를 보내는것이 좋을것이다. 대이왕자라면 적격일게다. 그는 역시 나와 같이 싸움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을 성격이니까.

그를 보낼가?

그러자!

그런데 부왕마마는 물론 제가들은 어떻게 생각할가? 혹시 이 대소를 겁쟁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가?

거룩한 왕위를 잇는 하늘의 뜻은 도무지 생각도 못하는 어리석은 무리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어떻게 장담하느냐?

대이를 전쟁에 보낸다? 그가 나가서 만일 전승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모두가 대이를 우러러보지 않겠는가? 그렇게 되면 나에게는 치명적인 타격이다. 오히려 내가 용감하게 전쟁판에 뛰여들리만 못하다. 그래 전쟁에 나가자, 나가서 대소의…

가만가만.

내가 원군을 이끌고 갔다가 패전하게 되면 나의 체면이 어떻게 될가? 과연 나에게 횡포한 연나라군사들을 무찌를수 있는 용맹과 담력이 있는가? 아니 그것도 아니다. 내가 전쟁에 나가고 없으면 승패는 차치하고라도 우선 이 궁성안이 문제다. 음흉한 후궁마마인 우씨는 틀림없이 자기의 아들인 대이를 태자로 봉하려고 간계를 꾸밀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요즈음 들어 우씨의 태도가 심상치 않다던데… 정실 왕후마마인 나의 어머니가 돌아가신 다음부터 저 후궁 우씨의 행실이 얼마나 고약해지는지 내가 모른단 말인가? 아, 이것이야말로 범의 꼬리를 쥐고 놓지도 쥐지도 못하는 판이로구나.
대소왕자는 어느 하나도 제대로 매듭을 지을수 없었다. 머리속이 휘휘 어지러워졌다. 어느것이 옳고 어느것이 그른지 도무지 판단이 가지 않았다.

대소왕자는 자기가 어떻게 일어났는지, 그리고 어떻게 그 쥬신국 손님과 헤여졌는지 몰랐다.

방은 고요하였다. 무덤속처럼 고요하였다. 대소는 이마에 진땀이 배는것을 느꼈다.

검지로 이마를 훑어내니 진득한 물기가 배여났다.

《왕자마마.》

은근히 부르는 소리가 났다.

《왕자마마.》

대소는 머리를 들었다.

소소리대사가 근심스러운 얼굴로 자기를 보고있었다.

《갑자기 편치 않소이까? 침전에 드셔야 하지 않소이까? 이럴줄 알았으면 애당초 왕자마마께서 그 사람을 만나지 않으시게 하심이 좋았을것이오이다.》

《아니 대사, 나는 괜치 않아.》

《그럴수 없소이다. 소신의 눈은 못 속이오이다. 아마도 왕자마마께서 어릴 때부터 앓으시는 가슴앓이가 도진것이 아니오이까?》

《아니, 괜치 않다는데… 쥬신국 손님의 말을 들으니 하도 속이 좋지 않아서…》

《너무 상심하시지 마시오이다. 왕자마마께서는 남달리 섬세한 감정을 가지고계시는것이 아니할 흠이로소이다!》

《대사, 내가 아마 왕자의 체면을 잃었겠지? 그 사람을 상견하면서 말이요…》

소소리는 가늘게 한숨을 쉬였다.

《너무 심려마시오이다. 우주만물이 어찌 한본새일수 있겠소이까? 다 나름대로 차차 커지는것이오이다. 그건 그렇고, 왕자마마께서는 그 사람을 보시면서 무얼 느낀게 없으시오이까?》

대소는 고개를 흔들었다.

소소리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참, 이상하지. 어쩌면 그렇게 신통히 닮았을가?》 하고 중얼거린다.

《무얼말이요? 대사.》

《아, 그것은 소신의 어리석은 생각이오이다.》

《그러지 말고 시원히 터놓소.》

《왕자마마, 그 사람이 저 례나루와 어딘가 비슷하지 않소이까?》

《례나루?》

대소는 눈시울을 쪼프리며 되뇌였다.

무언가 이때껏 간질거리면서 풀리지 않던것이 비로소 풀리는듯 했다.

서쪽 쥬신국, 연나라오랑캐, 단군선인의 후손들, 전쟁…

이런 말들을 어디서 들었던가?

례나루, 례나루에게서 듣지 않았던가?

대소는 가슴이 불안스럽게 뛰는것을 가까스레 눅잦힌다.

례나루, 례나루!

례나루는 한때 대소왕자에게 학문과 무예를 가르친적이 있는 사람이다. 깊은 산중에 파묻혀 세상과는 담을 쌓고있던 그가 어떻게 되여 금와왕의 눈에 들어 다름아닌 대소왕자의 학문과 무예를 가르치게 되였는지 지금도 잘 모른다.

처음 대하였을 때 대소는 례나루를 탐탁치 않게 보았다. 기름한 얼굴에 번뜩이는 눈매만이 아니라면 궁벽한 산속의 초부로 보일 사람이였다.
례나루를 비웃음으로 대하는 사람은 왕자뿐이 아니였다. 대소왕자에게 각별한 소소리대사도 례나루를 은근히 경원시했다. 대소왕자에게 학문과 무예를 가르치는것은 이때껏 소소리대사가 하는것으로 되여왔었다.

그런데 금와왕이 누구의 추천을 받았는지, 아니면 이미 례나루와 안면이 있었는지 그를 대소왕자의 스승으로 초빙해오자 소소리대사의 심중은 편안치 않았던것이다. 궁중에서는 그래도 무예나 지략이 뛰여난 사람으로 알려져 궁중 보수세력의 우두머리로 통해있는 소소리대사이다.

게다가 왕자와 친분이 두터운 소소리였다. 그런 소소리대사가 밀려나고 대신 초부와 같은 례나루가 들어앉게 되다니…

하지만 어명은 이미 내려졌다. 소소리대사는 먼발치에서 엿보는수밖에 없었다.

대소왕자는 례나루스승의 가르침을 따르게 되였다. 나날이 대소왕자의 검법은 늘어갔다. 그것은 대소왕자에게 힘겨운 일이였으나 어쨌든 경멸하던 감정이 사그라져가기도 하였다. 례나루스승의 무예는 참으로 신묘할 지경이였다. 이때껏 검법에 대해서 흥미를 가지고있던 대소왕자는 그것을 인정하지 않을수 없었다.

어느날 례나루스승에게서 검법의 고수를 익혀 한바탕 검술의 무지개를 펼치고 베천으로 칼날을 씻을 때였다.

례나루스승은 대소왕자를 믿음직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말하였다.

《왕자! 왕자의 검술은 이미 절정에 이르고있소! 왕자는 장차 창법, 권법, 진법을 더 익혀 무예에 달통할수 있소. 왕자는 그런 기질이 있소. 하지만 무예는 뜻을 위해 익히는것이요. 왕자는 무예와 학문을 익혀 장차 단군선인의 웅지를 깨치고 부왕의 뒤를 이어 단군선인의 옛성지를 회복하시게 될것이요!》

대소왕자는 칼을 닦던 손을 멈추었다.

《스승, 단군선인의 옛성지는 지금 사분오렬되였소. 쪼각난 이 땅을 되살린다는것은 찢어진 헌옷을 깁는것이나 마찬가지로 가긍한 일이요. 나는 장차 부왕의 지경이나마 보존하려 할뿐이요. 그것도 왕자의 한생을 바칠 일이 아니겠소?》

대소왕자를 바라보는 례나루의 눈빛이 번뜩거린다.

《왕자. 그것은 암닭의 생각이시오. 지금 부여의 서쪽에서는 오랑캐들이 단군선인의 겨레들을 먹을 기회만 호시탐탐 노리고 있소이다. 기필코 오랑캐들은 동쪽으로 밀려들것이니 지금처럼 쪼박쪼박 갈라져있다가는 각개격파될것이요. 부디 새겨듣길 바라오.》

대소는 피식 웃었다.

《스승. 스승은 왕자에게 무예를 가르치는 직분이나 다하길 바라오. 장차 이 왕자가, 그리고 부여가 어떻게 하리라는거야 스승이 간참할 문제가 아닐듯 한데… 스승은 오로지 배워주는것으로 만족하는게 좋지 않겠소?》

《왕자. 그것은 왕자스스로의 생각이시오? 아니면 저 소소리라는 대사가 가르친 말인지?…》

《소소리대사는 왜 껴들면서 그러시오?》

《왕자. 그렇지 않아도 소소리대사가 부왕에게 이 례나루를 참소하는것을 알고있소. 하지만 왕자. 왕자는 장차 이 부여를 넘겨받을분이요. 목전의 리익에만 사로잡혀 헛울타리치기 좋아하는 치졸나약한 사람들의 말을 분간하시길 바라오!》

대소는 발끈 성을 냈다.

《스승. 스승이 배워주는 검술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이 없소만 스승이 지나치게 나의 앞날을 간참하려는데는 진저리나오. 지금 부여는 태평성대고 앞으로도 그럴것이요. 그런데 어째서 자꾸 사람들을 겁먹게 하려는거요?》

대소왕자를 바라보는 례나루의 낯빛은 점점 굳어져갔다.

하지만 대소왕자는 태연하게 칼날만 매만졌다.

마침내 례나루는 왕자를 가르치는 일을 그만두게 되였다.

대소왕자는 례나루가 본도에 어긋나게 정사에 가담하려고 하며 또 무예를 가르치는것도 이전과는 달리 지나치게 혹사하는것으로 보아 딴 마음을 두고있다고 부왕에게 하소하였고 소소리대사도 례나루는 부왕의 신임을 악용하여 궁중을 소란시키는 요괴라고 거듭거듭 상주하는데에 금와왕도 한숨을 쉴수밖에 없었던것이다.

금와왕을 상견한 마당에서 례나루는 무언가를 말하려고 했지만 소소리를 비롯한 중신들이 경계하는 눈초리를 감지하고는 그대로 물러나고말았다.

이 사건은 한때 부여의 궁성을 떠들썩하게 하였다. 소소리대사를 위시한 보수세력은 례나루를 태평성대를 시기하는 경계해야 할 사람으로 몰아붙였다. 보수세력에 몰려 금와왕도 한숨을 쉴수밖에 없었다.

그때로부터 여러해가 흘렀다.

그런데 그때 례나루스승이 하던 말이 오늘 사실로 되였단 말인가?

대소왕자는 아래입술을 깨물었다.

야릇할사, 례나루스승이 하던 말을 그 아들이 오늘에 와서 증명할줄이야…

결국 그때 대소왕자자신과 소소리대사는 부왕을 속인것으로 되지 않는가?

아니다. 그럴수 없다. 어찌 수천리밖에서 온 사람의 말을 그대로 믿어 왕자의 권위를 땅바닥에 던져버릴수 있겠는가?

그럴수 없다!

대소는 손가락으로 꺼실꺼실해지는 아래턱을 매만졌다.

《소소리대사, 례나루에게 아들이 있다는 소리는 어디서 들었소?》

《왕자, 적을 모르고서야 어떻게 계책을 쓰오이까?》

《례나루가 소소리대사의 적이란 말이요?》

《내 아니면 다른 사람은 다 적이오이다.》

《그럼 나도?》

《왕자님, 왕자님과 이 소소리는 일심동체이온데 어찌 다른 사람이 될수 있겠소이까?》

《그건 그래.》

《참, 왕자. 저 쥬신국의 사신이 례나루의 아들이 틀림없다면 주몽을 경계하셔야 할줄 아오이다.》

《주몽?》

《그렇소이다.》

《그건 왜?》

《주몽은 례나루의 문하에서 배우고있소이다.》

《주몽이? 그가…》

《듣건대 주몽이 례나루에게서 이미 무예의 절정고수를 익힌다고 하오이다.》

《뭐라구?》

대소왕자의 해말쑥한 얼굴이 이그러졌다.

《음, 그때 부왕에게 주몽을 죽여 후환을 없애자고 간청했건만 부왕께서 너그럽게 살려주시더니 이제는 그 우환이 더 커졌구나. 내가 딴데 기울어져있는 사이에 주몽이가 크는걸 몰랐구나!…》

《왕자마마, 부디 진정하시오이다. 왕자마마는 누구도 어쩔수 없는 부왕의 맏아들이옵니다.》

《그렇긴 하지만…》

《왕자마마, 그건 그렇고. 서쪽에서 온 사람을 어찌하실 생각이시오이까?》

《대사의 생각에는?》

《부왕마마께 사실대로 고하는것이 어떠하온지, 그리한 다음에 일이 돼가는걸 보심이 좋지 않겠소이까? 왕자마마의 근심이 무엇인지 헤아려지건만 일이 어떻게 되는지 두고봐야 한다고 보오이다. 설사 부왕마마가 저 서쪽에서 온 사람의 말에 수긍하신다고 하더라도 제가들과 대신들의 뜻을 묻지 않을수 없을것이오이다. <영고>가 있지 않소이까?》

대소는 잠시 생각에 잠긴다.

문득 대소가 걸음을 멈추고 소소리를 바라보며 랭소를 지었다.

《그자를 조용히 없애치워.》

소소리의 눈이 커졌다.

《그러다가…》

《쥬신국이 부여에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 그 말이요?》

《그렇소이다. 또 부왕께서 아신다면 일이…》

《흥, 쥬신국이 지금 한창 연나라에게 먹히우는 판국에 우리 부여에 어떻게 원망을 품을수 있겠소? 쥬신국은 쥬신국이고 우리 부여는 부여지. 그렇지 않아도 쥬신국이 커지면 우리 부여에는 불리할게요. 연나라오랑캐들과 기껏 싸워 기운을 빼라지뭐. 내가 알바가 아니야. 그리고 부왕에게는 차라리 상주하지 않는게 이모저모 리로울것 같소. 부왕을 만나 저 쥬신국사신이 횡설수설하게 되면 나나 대사도 부왕의 눈밖에 나지 않소? 나는 그래도 낫지만 대사는 기군망상한 죄로… 그래 대사의 상주가 결국 오늘에 와서 잘못되였다고 부왕마마께서 생각하시지 않겠소? 그러니 감쪽같이 없애버리는게 상수요. 어떻소?》

소소리대사는 온몸을 우들우들 떨었다. 그의 반백의 관자노리로 식은땀이 줄줄이 흘러내렸다.
소소리대사는 고개를 조아렸다.

대소왕자는 누구도 모르게 쥬신국에서 온 사람을 가두게 하고 죽여버리려 하였다. 그 사람만 죽여버리면 궁성은 다시 평온해질것이다.

대소의 생각으로서는 쥐도새도 모르게 그를 죽여버리면 일이 펴질것 같았다. 수면우에 돌덩이를 던지면 그것이 파동을 일으키지만 인차 잦아들지 않는가. 그와 마찬가지로 부왕에게 번거로운 국정을 고할 《국범》을 죽여버리면 일이 무사하리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하루밤 지나는 사이에 어느 누가 그를 풀어놔주었는지 모른다.

쫓아보았다. 헛탕이다. 과연 누가 그를 놓아주었을가? 우선 서쪽에서 온 사람을 잡아야 한다.

김정일국방위원장, 그분은 어떤분이신가?




김정일국방위원장을 이해하는데 상당한 도음을 준다.

2007년 9월 21일 금요일

주몽(1부 탈출)

1

해가 난다. 아직은 컴컴한 구름에 가리워 자태를 볼수 없을망정 그 눈부시고 황홀한 빛만으로도 반가웁다. 해빛은 갈가리 찢어지는 구름장들의 변두리를 피처럼 빨갛게 물들이며 엇비스듬히 대지에 쏟아져내린다. 칙칙한 우울이 배여있던 대지가 뛰노는 생기로 넘친다. 해빛은 어느덧 가섭벌에 이르렀다. 무딘 톱날같은 산발들이 호박빛노을을 머리에 얹고 선명하게 드러나는 남쪽하늘을 배경으로 부여궁성이 보인다. 둥그런 성곽이며 대궐들, 궁전 그리고 늙은 가지에 솔방울 열리듯 다닥다닥 들어앉은 집집들이 연한 재빛에 휩싸여 어렴풋이 보인다.

《예성》이라고 불리우던 이곳에 부여의 왕성이 자리잡은것은 해부루선왕때였다. 원래 북쪽에 있었는데 어느날 대신 아란불이 해부루왕에게 《천제가 이르기를 동쪽 가섭벌에 도읍을 정하라 하였소이다.》 하여 여기로 옮겨왔다고 한다. 가섭벌로 온 후 해부루선왕은 백리지경을 가진 올망졸망한 나라들을 정복하여 사방 2천리되는 큰 나라를 일떠세웠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지금은 금와왕의 재위시기이다.

마침내 해빛은 그 밝은 자락을 끄을며 둥글한 부여궁성을 지나 가섭벌의 밋밋한 언덕들을 훑기 시작하였다. 거북의 잔등같은 언덕아래서 호함진 말떼들이 풀을 뜯고있었다. 말떼가 풀을 뜯고있는 언저리의 등성이우에 한사람이 말을 타고 우뚝 서있었다. 미끄러지듯 달려온 해빛이 그를 비치기 시작하였다. 오추마를 탄 총각이였다. 코밑이 아직 끄슬리지는 않았어도 눈에서 번개불이 번쩍이고 어깨가 쩍 버그러졌다. 그는 이 고장 목동들이 흔히 그러하듯 검은 수건으로 머리를 동이고 깃이 둥근 흰 옷을 입고 허리에는 띠를 매였다. 말총으로 꼰 채찍을 감아쥔 오른손은 질항아리만 한데 안장도 없이 앉은 허벅다리에 붙어있었다. 그의 번쩍이는 눈이 부여궁성쪽을 바라보고있었다. 총각의 맑은 눈동자에는 흰나비가 비치였다. 그 흰나비는 언덕들사이로 팔랑거리고있었다. 이상한 나비였다. 분명 궁성에서 빠져나왔는데 가섭벌을 꿰질러 나오고있었다. 웬 나비일가? 잘못 보는거나 아닐가?

총각의 눈시울이 조금 쪼프라졌다. 문득 오추마가 귀바퀴를 쫑긋거렸다. 그러더니 코를 벌름거리며 앞발을 두어번 굴렀다. 총각은 채찍을 쥔 손으로 말갈기를 가볍게 툭- 툭 쳐주면서 지꿎게 그 미지의 나비를 눈여겨보았다. 마침내 그 나비의 실체가 안겨왔다. 오, 이제는 알겠다. 저건 부루말이다. 털색이 흰 부루말, 그래… 헌데 어째서 궁성쪽에서 오는 저 부루말이 이쪽으로 오는걸가? 그것도 설듯말듯 하면서… 날씨탓일가, 아니면… 아, 말탄 사람이 보인다. 가만 저 사람이 졸고있는게 아니야? 아니면 술에 취했나? 머리는 말갈기에 파묻고 팔은 축- 늘어뜨린것이 마치 술부대를 실은것 같군. 거참, 이상하군. 죽은 사람이 아닐가?

목동은 서성거리는 말의 갈기를 쓸어주며 줄곧 이상한 부루말에게 눈길을 떼지 않았다.

분명 말을 탄 사람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 부루말이 하필 이쪽으로 올리 없다. 주인잃은 말이 흔히 말떼를 찾아오는 법이다. 그렇다면 저 부루말을 탄 사람은? 어느덧 부루말은 징겅징겅 속보로 뛰여온다. 머밋머밋 하면서도 이쪽으로 다가왔다. 마침내 목동의 오추마가까이로 다가와 거품을 내불며 푸르륵- 몸을 떨었다. 그러자 말탔던 사람이 미끄러지듯 떨어졌다. 그 사람은 땅에 떨어져 낮은 신음소리를 냈다.

목동이 탄 오추마가 놀라 고삐를 채며 소리를 질렀다. 목동은 오추마의 정수리를 가볍게 두드리고나서 뛰여내렸다. 그리고는 간간이 신음소리를 내는 낯선 사람의 곁으로 다가갔다.

《여보시오.》 하고 목동이 불렀다. 꽤나 굵고 큰 목소리였다. 땅우의 풀을 뜯으려던 부루말이 흠칫 놀란다.

하지만 쓰러진 사람은 정신을 못 차렸다. 어디서 어떻게 달근질을 당했는지 형색이 말이 아니다. 온통 벌건 피가 묻은 옷은 성한데 없이 찢어지고 군데군데 드러난 살갗은 검푸른 멍이 들었다.
이 사람은 누구일가?

어떻게 되여 여기에 나타났을가? 분명 궁성쪽에서 왔는데…

목동은 땅에 엎어진 사람의 어깨를 붙들어 돌려눕혔다. 점점이 피가 말라붙고 푸른 뱀자리가 난 얼굴이다. 얼굴은 길쑴한데 감겨진 눈섭에 뿌연 먼지가 앉고 입술은 나무껍질처럼 말라터졌다. 끔찍스러운 얼굴을 들여다보던 목동은 미간을 약간 찌프렸다. 전혀 모를 사람이다. 목동은 손바닥으로 정신잃은 사람의 뺨을 가볍게 툭- 툭- 쳤다.
낯선 사람은 희미하게 눈을 떴다. 눈을 뜨고 목동을 보더니 놀란듯 얼굴을 찡그리며 몸을 일으키려고 하였다.

《당신은 누구시오?》 하고 목동이 물었다.

대답이 없다. 몸을 일으키려고 애쓸뿐이였다. 마침내 그는 다시 신음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목동은 잠시 그 사람을 내려다보다가 허리춤에 매달았던 가죽주머니를 끌러 낯선 사람의 얼굴에 물을 뿌렸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그 사람은 목동을 의심스럽게 쳐다보더니 지친듯 스르르 눈을 감았다. 터갈라진 입술사이로 낮은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그쪽은… 누구요?》

《난 목동이오이다.》

《목동?》

《그렇소이다.》

《여긴?》

《가섭벌 한끝이오이다.》

낯선 사람은 그 말을 들었는지 다시금 신음소리를 냈다.

《여보시오.》

목동이 흔들었다.

《례… 나루… 례나루… 그분은…》

낯선 사람은 뭐라고 계속하였으나 뒤말을 전혀 알아들을수 없었다. 그는 다시금 기절하였다.

고개를 떨어뜨린 사람의 모습을 이윽히 내려다보던 목동이 《례나루? 례나루…》 하고 되뇌이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눈을 가느다랗게 쪼프렸다.

갑자기 말울음소리가 울렸다. 그쪽으로 시선을 옮기던 목동은 벌떡 일어났다. 가섭벌 저 멀리 궁성쪽에서 자욱히 일어나는 먼지타래가 보이고 땅이 알릴듯말듯 진동한다. 목동은 이마에 손바닥채양을 얹고 그쪽을 살폈다. 들깨알같이 작은 점들이 까뭇까뭇 뛰는게 보였다.

가만, 저게 혹시 이 낯선 사람을 붙잡으려고 나선 군사들이 아닐가? 이 낯선 사람이 궁성쪽에서 왔고 또 그쪽에서 소동이 일어난걸 보면…

만일 이 사람이 군사들에게 잡히는 날에는 어떻게 될가? 다시는 살아나지 못할것이다.

목동은 그쪽을 일별하고 낯선 사람쪽으로 다가가 다시 그를 흔들었다.

《여보시오, 정신차리시오.》

여전히 대답이 없다.

목동은 아래입술을 깨물며 낯선 사람과 가섭벌 저쪽을 번갈아 살피였다. 그러는 사이에 깨알같은 반점들이 더욱 커졌다. 마침내 결단을 내린듯 목동은 부루말의 곁에서 코를 벌름거리는 오추마에게 다가가 그 고삐를 당겨끌었다. 그는 정신잃고 쓰러진 사람의 곁에 오추마를 세우고 낯선 사람을 버쩍 들어 말잔등에 태웠다. 스르르 미끄러져내렸다. 허리띠를 풀어 그 사람을 발잔등에 비끄러매였다. 낯선 사람은 간간히 신음소리를 냈다. 목동은 오추마의 고삐를 정신잃은 사람의 손에 감았다. 마침내 그는 가섭벌을 바라보며 나직이 숨을 내쉬였다.

목동은 오추마의 고삐를 당겨 궁성쪽과는 반대로 세웠다.

《아무래도 이 사람을 여기 그냥 놔두어서는 안되겠다. 피신시켜야지.》 하고 목동은 사람에게 이르듯 오추마에게 말했다. 오추마는 주둥이를 쳐들었다.

가섭벌에서는 먼지구름이 긴 꼬리를 지으며 피여올랐다.

목동은 가섭벌 중간쯤에 닥쳐오는 무리가 틀림없이 군사들임을 알아보았다.

그는 질풍같이 달려오는 무리들을 살피며 천천히 머리수건을 풀었다. 그리고 몸을 홱 돌려 언덕아래쪽으로 향해 휘-익 하는 날카로운 휘파람소리를 냈다. 둔덕아래쪽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던 말떼들이 일시에 버쩍버쩍 머리들을 쳐든다.

목동은 또다시 《우- 우》 하는 소리를 냈다. 이리떼의 울부짖는 소리다. 말떼들이 소란을 피웠다. 이때라는듯 목동은 채찍을 공중에 휘둘러 쫘악 소리를 내며 웨쳤다.

《달려라-》

채찍소리에 놀란 오추마가 벌떡 앞발을 쳐드는듯 하더니 이어 발굽을 놓기 시작하였다. 머리를 들고 웬일인가 하여 사방을 살피던 말떼들이 일시에 오추마의 뒤를 따라 내닫기 시작하였다. 조용하던 벌판이 깨여났다. 말들의 울부짖음소리- 말발굽소리-

들판이 드르륵- 드르륵 울렸다.

목동은 부루말의 고삐를 꽉 틀어쥐고 말떼들이 오추마의 뒤를 따라 뛰는것을 바라보았다. 말들은 앞선 놈의 궁둥이에 바싹 붙어서 점점 속력을 내였다. 마지막말이 저쯤 가는걸 지켜보던 목동은 부루말의 등에 몸을 날렸다. 고삐를 당겨 벌판으로 말머리를 돌리려고 하지만 부루말은 오추마의 뒤를 좇는 말떼들을 따라가려고 갈개였다. 마침내는 목동에게 수그러들었다. 목동은 밀려오는 군사들을 지켜보며 천천히 말을 몰았다.

저 군사들이 과연 낯선 사람을 추격하는걸가? 혹시 어떤 급한 일로 파견되여가는 길일수도 있지 않을가? 그렇다면 좋겠는데… 어쨌든 지금 군사들과 맞서기는 싫다… 목동이 건들건들 가는 사이에 군사들은 아주 가까이 왔다. 매 군사들의 형체를 알아볼수 있게 되였다.

휘파람소리, 고함소리가 한데 엉켜 어지럽게 들렸다.

군사들쪽에서도 이쪽을 알아본 모양이다.

목동은 군사들이 오는편과는 가로방향으로 말머리를 돌렸다.

군사들이 덮칠듯 몰려왔다.

《저놈이다!》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때를 기다리기라도 한듯 목동은 발꿈치로 부루말의 옆구리를 세차게 찼다.

말은 껑충 뛰여올랐다가 달리기 시작하였다.

목동쪽에서 별로 서두르는 기색이 없어 숨을 들이려던 군사들은 아연해졌다.

《속았다.》

《서라.》

고함소리가 따랐다.

군사들은 다시금 말고삐를 채며 채찍을 휘둘렀다. 그들은 말갈기에 머리를 붙이고 달아나는 목동을 바라고 쫓아왔다. 목동과 군사들의 사이가 장바 서너기장가량 될가말가. 하지만 빈 시위를 당겼다놓았다 하듯이 그 거리는 가까와졌다 멀어졌다 하였다. 쫓고 쫓기우는 말떼들의 소리에 벌판이 울었다. 말발굽소리에 짓밟혔던 풀대들이 미처 일어날 사이도 없이 연신 뒤따르는 말발굽에 밟히여 넘어졌다.

어찌된 일인지 차츰 목동이 탄 말이 시위를 벗어난 화살인양 군사들을 뒤떨구며 쑥- 나가기 시작하였다. 땅에 닿을듯 내닫는 부루말의 배밑으로 풀대들이 몸부림치였다. 말꼬리쪽으로 말발굽에 밟힌 풀뿌리며 흙덩어리들이 어지럽게 날았다.

어느사이에 가섭벌은 뒤로 물러났다. 이어 잡관목이 무성한 산등성이들이 부딪칠듯 다가왔다가 사라진다. 둥글둥글한 자갈들이 깔린 퍼그나 넓은 강이 나타났다. 목동이 탄 말은 물방울을 사방에 튕기며 순식간에 강을 건넜다. 말이 약간 비칠거렸다. 말잔등에서는 땀인지 물기인지 질벅하고 주둥이에서는 거품이 물뿌리듯 날았다. 목동은 물을 건너서기 바쁘게 몸을 날려 풀판우에 뒹굴었다. 몇고패 굴러 땅에 엎드린 목동은 뒤를 돌아보았다. 산등성이굽이를 방금 돌아선 군사들이 정신없이 부루말을 쫓아간다. 그사이 부루말은 저 앞둔덕너머로 사라지고있었다. 군사들도 내닫던 기세로 강을 건넜다. 목동은 허겁지겁 부루말의 뒤를 쫓는 군사들의 뒤모습을 보며 히죽이 웃었다.

주몽



남다른 인품에 힘과 뛰여난 재주를 지녔건만 부여궁성의 말먹이군이 되지 않으면 안되였던 주몽!

시기와 질투, 모해와 박해는 숙명이런가!

어머니앞에 단도를 끊어 맹세를 올리고 벗들과 더불어 먼길떠나는 주몽의 앞길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것인가.

불함산(백두산) 우러러 조상들의 큰 얼과 겨레의 소원을 헤아리며 기구한 운명을 지닌 세사람을 만나 주몽이 마침내 닿은곳은 구려의 계루부.

안팎으로 어지러운 음모와 반란, 폭동이 기다리는 구려에서 주몽은 산성을 쌓아 위기를 막고 마침내 새 나라 고구려를 세웠다.

그때 주몽의 나이 스물두살.

과연 무엇이 주몽으로 하여금 새 나라 고구려, 천년강성대국의 기틀을 마련하게 하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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